850을 말하면 끝난다
트랙스 한 대를 두고 매입 이야기가 시작됐다.
고객은 헤이딜러에 차를 올렸다. 경매 1등 가격은 956만 원이었다. 그런데 윤호은 매입가를 850만 원 정도로 봤다.
대표님은 바로 물었다.
"진우님이 트랙스 차주야. 내가 850을 제안하면 어떻게 할 거예요?" "알겠습니다 하고 끊을 것 같은데요."
850은 가격 제안이 아니었다. 대화 종료 버튼이었다.
고객은 이미 956만 원을 봤다. 그런데 전화해서 "850만 원 나옵니다"라고 하면 끝이다. 고객은 더 들을 이유가 없다.
대표님은 "850 얘기하면 바로 나가리"라고 했다.
이 건에서 중요한 질문은 "얼마에 살 수 있냐"가 아니었다. "얼마에 팔 수 있냐"였다.
대표님은 계속 그걸 물었다.
"네가 얼마에 팔 수 있냐 이 말이다."
팔 수 있는 가격을 알면 그 밑으로 사면 된다. 1억에 무조건 팔 수 있는 물건이면 9,990만 원에 사도 된다. 싸게 사는 게 장사가 아니라, 팔 가격을 알고 사는 게 장사였다.
그런데 윤호님은 계속 매입가 이야기로 돌아갔다. 대표님은 그걸 보고 뒷구멍 빼는 거라고 했다.
말은 거칠었지만 포인트는 하나였다. 실전에서 소매가를 말해야 하는데, 자꾸 감가니 매입가니 이상한 소리로 빠진다는 것이다.
대표님은 말에는 의도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처음부터 "얼마까지 알아보셨어요?"라고 물으면 고객은 경계한다. 반대로 "저희 쪽에서는 950에서 1,000만 원 정도 확인됩니다"라고 찍으면 고객 머리가 복잡해진다.
고객은 이미 956을 봤다. 950에서 1,000이라고 들으면 여기서도 비슷하게 나오나 싶다. 혹시 천만 원까지 되는지 생각한다.
그 순간 패를 조금씩 내놓는다.
정비 이력. 헤이딜러 금액. 딜러를 만날 일정. 케이카도 봤다는 말. 당일 입금과 명의 이전.
대표님은 정보를 계속 쌓아야 한다고 했다. 답지 보고 치면 쉽다. 처음에 가격을 여는 게 제일 어렵다고 했다.
중고차는 2등이 꼴등이라는 말도 했다.
고객이 10명한테 물어보면, 결국 1등을 고른다. 2등은 잘한 게 아니라 그냥 떨어진 것이다. 그래서 1등을 하려면 밤 11시, 12시에도 견적을 찍어줘야 한다고 했다.
나중에는 고객이 기다린다.
"야 씨발 좀 빨리 좀 해줘라."
그 정도 신뢰가 쌓이면 길이 열린다.
세차도 똑같았다. 처음에는 고객이 차를 판다는 말 하나였다. 그런데 정보가 쌓이니까 세차가 매입의 입구가 됐다.
대표님은 레벨 1의 세차는 "다 했습니다" 하고 끝난다고 봤다.
정보를 쌓는 세차는 다르다. 이 고객이 다음에 뭘 팔고, 어디서 불안해하고, 언제 급하고, 어떤 가격을 봤는지 본다.
그때부터 세차는 그냥 세차가 아니게 된다.
850을 말하면 끝난다.
가격을 말하기 전에 판을 깔아야 한다. 얼마에 살지가 아니라, 얼마에 팔 수 있는지부터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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