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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한 통에서 수리 견적까지 가는 길

글쓴이
노진우
작성일
2026-06-30 09:32
조회
10
댓글
1

재형이 전화를 했다.

"문자로 유막 사진 보냈는데 확인 가능하실까요? 기계로 돌려서 지워드릴 수 있는데요. 유막이 껴있습니다."

대표님은 바로 잡았다.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고객이."

대표님은 "니 내가 니한테 중고차 나까한테 천만 원 대두리해온나" 말하면 알아듣겠냐고 했다. 업자는 알아들을 수 있다. 일반 고객은 못 알아듣는다.

유막도 똑같았다.

"유막이라는 말도 네가 못 알아듣는 말인데 계속 또 쓰잖아."

그러고는 직접 설명했다.

대기 중에 배출가스도 있고, 타이어 분진도 있고, 곤충 같은 것도 맞는다. 그게 유리에 붙어서 기름막처럼 남는다. 비가 오면 물과 기름이 섞이니까 시야가 번진다. 그걸 걷어내면 잘 보인다.

대표님은 초등학생이 들어도 이해되게 설명하라고 했다.

스크래치도 그렇게 갔다.

"세차하기 전에 차를 살펴봤는데 스크래치가 있습니다. 사진 보내드렸는데 보셨죠? 이건 세차로는 안 지워집니다. 광택기 아시죠? 기계로 돌리면 지워집니다. 근데 그냥 막 하면 싫어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고객님이 원하시면 제가 해드릴 수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여기서 중요한 말이 있었다.

해드리겠다고 하지 말 것. 고객이 원하면 해드릴 수 있다고 할 것.

대표님은 "왜 해주고 싶어 하냐"고 했다. 서비스 많이 해주는 게 좋은 게 아니었다. 고객이 원한 일이 되게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대표님은 고객에게 "전화주시겠어요?"라고 해야지 "전화 주세요"라고 하는 것도 싫어했다.

"전화주세요는 끊는 말이야."

사진 보냈으니 고객이 알아서 보고 연락하라는 말은 단절이었다. 우리가 판을 열어놓고 고객을 끌고 와야 하는데, 거기서 끊어버린다.

잘 되면 이 전화는 스크래치 제거에서 끝나지 않는다.

스크래치는 오늘 해준다. 유막은 시간이 없으면 다음으로 남긴다.

"유막은 다음에 한 번 해준다고 해. 또 부를 거 아이가."

고객은 자기 차를 더 봐주는 사람을 다시 부른다. 유막 제거가 다음 예약의 핑계가 된다.

그 다음에는 수리다.

차에 범퍼와 휀더 손상이 있었다. 고객은 사고 후 미수선으로 130만 원을 받았다고 했다. 대표님은 차를 보더니 바로 가격표부터 꺼내지 않았다.

대표님은 나라면 이렇게 말하겠다고 했다.

"고객님 차 확인해 봤는데 도색한 적 한 번도 없습니다. 범퍼는 소모품이라 상관없는데 휀더는 차체라 도장 들어가면 팔 때 손해입니다. 나라면 휀더는 작업 안 할 것 같습니다. 범퍼는 하시는 게 좋고, 휠도 하십시오. 원하시면 휀더도 할 수는 있습니다."

이건 견적이 아니었다. 판단이었다.

고객은 "한 판 얼마예요?"만 듣고 싶은 게 아니다. 내가 보험 처리하는 게 맞는지, 미수선이 유리한지, 차값이 떨어지는지, 어디까지 고쳐야 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대표님은 그걸 가치라고 했다.

스크래치에서 유막으로 가고, 유막에서 다음 예약으로 가고, 범퍼에서 휀더 감가로 가고, 거기서 수리 견적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 길을 여는 건 말이었다. 고객이 못 알아듣는 말은 전부 개소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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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성(맹주성)

명문. 고객친화적이란 말은 고객이 알아듣게(아는 개념 안에서) 말하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