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대기 전에 허락부터 받는다
운전석 앞 범퍼 쪽에 하얀 도장면 스크래치가 있었다.
세차로는 안 지워지는 자국이었다. 기계도 있고, 약품도 있고, 현장에서는 바로 지울 수 있었다. 돈을 더 받을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대표님은 그걸 그냥 해주면 안 된다고 봤다.
말이 이렇게 가야 했다.
"세차로는 안 지워지는 스크래치가 있습니다. 고객님이 원하시면 저희가 폴리싱 기계로 지워드릴 수 있습니다. 추가 비용은 없습니다. 다만 새 차에 기계 대는 걸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먼저 여쭤보려고 전화드렸습니다."
핵심은 스크래치를 지우는 게 아니었다.
고객 입장에서 새 차에 기계를 댄다는 말은 느낌이 다르다. 작업자는 좋은 마음으로 지웠다. 고객은 "내 차에 왜 말도 없이 기계를 댔지?"라고 느낄 수 있다.
대표님은 그런 걸 싫어했다. 선의로 했는데 침범이 되는 상황. 공짜로 해줬는데도 욕먹는 상황.
그러니까 먼저 묻는 것이다.
"추가 비용은 없습니다. 그냥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동의를 구하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 말이 있어야 방어가 된다.
고객이 원하면 지운다. 싫다고 하면 놔둔다.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아니다. 고객이 선택하게 만든다.
끝도 그냥 "해드리겠습니다"가 아니었다.
끝나고 내려오면 위치를 다시 보여준다. 휠 손상된 부분도 같이 보여준다. 가능하면 사진만 보내고 끝내지 말고, 5분만 내려오게 만든다.
"5분만 시간 내서 내려와 주시면 저희가 차 컨디션 설명을 좀 해드릴 수 있을 텐데요."
고객이 내려오면 말이 쉬워진다. 차를 같이 보고, 어디가 스크래치인지 보고, 왜 기계를 대야 하는지 보고, 결과도 같이 본다.
리터치니 주차 가능 여부니 그런 건 뒤다. 먼저 고객이 자기 차를 보고 판단하게 해야 한다.
대표님이 말한 구조는 간단했다.
해주고 싶은 마음을 앞세우지 말 것. 무료라고 마음대로 손대지 말 것. 기계를 대기 전에 허락부터 받을 것.
"제가 해드릴게요"가 아니라 "고객님이 원하시면 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 한 문장 차이다.
대학병원 의사의 수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