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놈도 잘린다
"나는 불알 두쪽밖에 없었어요."
가진 거라곤 몸뚱이 하나. 잃을 게 없는 빈털터리라는 뜻이다.
대표님이 스물다섯에 딱 그랬다.
자동차 영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대표님은 그 일을 사무실 청소에 비유했다.
역삼동 사무실 청소, 월 100만 원짜리 종업원으로 시작했다.
대표님은 남자 화장실 청소. 여자 화장실은 다른 사람 몫이었다.
둘 다 100만 원이었다.
남들은 10시에 나와 7시에 갔다.
대표님은 8시 전에 나왔다.
자기 화장실을 제일 먼저 끝내고, 시키지도 않은 회의실까지 치웠다.
면적이 다섯 배 넓어 늦게까지 남는 사장 일도 같이 붙어서 밤 11시까지 했다.
그렇게 넉 달, 다섯 달.
어느 날 사장을 앉혔다.
"사장님, 그만두겠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있다.
"힘들어서 못하겠습니다"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냥 "그만두겠습니다." 그게 다였다.
"확정 짓는 말을 하지 말랬잖아. 흘리는 게 좋아. 항상 여지를 둬."
이유를 박아버리면, 그 이유만 막으면 끝이다.
여지를 남기면 상대가 알아서 그림을 그린다.
누가 괴롭히나. 왜 그만두나. 돈이 문제인가.
아니나 다를까, 그날 저녁 사장이 소고기를 샀다.
평소엔 제육볶음 시키는 것도 눈치 주던 사람이.
그러더니 먼저 물었다.
"이야기해 봐라, 얼마 주면 되겠노."
100만 원 받던 사람이 200을 불렀다.
두 배.
사장은 잠깐 말문이 막혔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다.
"너 여자 화장실도 청소할 수 있겠나?"
"할 수 있습니다."
다음 날, 여자 화장실 청소하던 그 사람이 없었다.
사장 입장에선 남는 장사다. 100에 둘 쓰던 걸 200에 하나로 줄이고, 자기 일까지 거들게 했으니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냐면 —
한 번도 일찍 간 적 없고, 연차 한 번 안 쓰고, 밥도 4천 원짜리만 먹고, 일도 빈틈없었다.
그런데 잘렸다.
"이렇게 해도 잘리는 거야. 나 그때 알았어요."
성실함은 기본이지, 무기가 아니다.
대표님은 일을 또 졸라 했다.
반년 뒤, 다시 앉혔다.
이번엔 400.
또 줬다.
왜 줬을까.
대표님이 갑이었기 때문이다.
사장이 갑인 줄 알았는데, 갑은 대표님이었다.
진짜 무기는 네가 빠지면 일이 멈추는 사람이 되는 거다.
대표님이 디테일러 연봉 협상 자리에서 늘 이 썰을 꺼낸다.
성실한 걸로는 협상이 안 된다. 갑이 되라는 거다.
갑이 된다. 없으면 안된다. 회사에 이득을 만든다. 직관적이고 평가 가능한 성과를 만든다.혼자가 아니라 팀으로 하는 일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까? 그 팀이 유의미하게 작으면 가능할 것 것 같다. 고객에게 갑이 될 수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