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서울 발렛 커피 — 원정 경기를 홈경기로 만드는 법
더현대서울 지하에서 카라멜 팝업을 하고 있던 날이었다.
대표님이 발렛 직원들 커피 얘기를 꺼냈다.
저번에 커피 6잔을 드렸더니 인원이 더 많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10잔을 준비했다.
대표님이 몇 명 있냐고 물어보니까, 전체로는 한 50명쯤 되는 것 같고 평일에 출근하는 사람은 관리자 포함해서 한 30명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근데 그것도 다 한 번에 있는 게 아니었다.
10시에 출근하는 사람도 있고, 10시 반에 출근하는 사람도 있고, 12시에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오전반 오후반도 나뉘어 있었다.
그러니까 다 챙길 수는 없었다.
대표님도 그걸 알고 있었다.
다는 못 드린다고 했다.
그래도 커피를 준비한 건, 발렛 직원들이 무전기로 서로 다 공유하기 때문이었다.
몇 명한테만 줘도 “카라멜 쪽에서 커피 줬다”는 얘기가 돈다는 거였다.
누가 받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얘기가 현장에 퍼지는 게 중요했다.
그 커피 얘기는 나중에 다시 나왔다.
성준님한테 시간 안 되는 고객을 자르는 얘기를 하다가, 대표님이 갑자기 더현대서울 지하 얘기로 돌아갔다.
여기는 카라멜 입장에서 원정 경기라는 거였다.
발렛 직원들이 우리 편이 아니면 일이 계속 꼬였다.
와서 차 빼라, 발렛카드 왜 안 줬냐, 왜 여기 세워놨냐, 이런 식으로 말이 나오면 현장이 바로 불편해진다.
대표님은 그걸 5만 원보다 더 큰 비용으로 봤다.
커피 5천 원짜리 열 잔 사는 게 훨씬 낫다는 거였다.
그게 로비라고 했다.
원정 경기를 가더라도 홈으로 싸워야 한다고 했다.
원정 팬들을 다 홈 팬으로 만들어놓고 싸우는 거라고 했다.
대화하다가 대표님이 갑자기 일어난 적도 있었다.
저쪽에서 차가 나가고 있었다.
대표님은 왜 일어났는지 나중에 설명했다.
백화점에 앉아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민원을 들을 수도 있었다.
저 차가 나가는 걸 보고 있었고, 괜히 여기 앉아 있다가 책임이 잡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었다.
그래서 일어난 거였다.
그냥 본능적으로 그런 게 켜져 있다고 했다.
항상 교감신경이 뻗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굳이 책임 잡히지 않으려고 움직인 거였다.
태진이 그렇게 다 켜고 살면 집에 가서 피곤하지 않냐고 했다.
대표님은 원래 그렇게 챙겨 먹고 산다고 했다.
대신 다른 것에는 에너지를 안 쓴다고 했다.
내비를 안드로이드로 연결하지 않고 평생 그냥 다니는 것처럼, 어떤 건 아예 신경을 안 쓰고 넘어간다고 했다.
대표님은 아까 자리를 옮긴 얘기를 계속 이어갔다.
저 차가 나가는데, 그냥 거기 앉아 있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차주가 혼자 내려가다가 뭘 들고 가든지, 지나가는 손님이 치든지, 무슨 일이 날 수 있었다.
그때 누가 잘못했는지, 니 잘못인지 내 잘못인지 따지는 상황 자체가 싫다고 했다.
대표님은 자기가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한다고 했다.
그게 자기 홈그라운드였다.
대표님이 하는 얘기는 대부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태진은 그 말이 감각적으로 이해된다고 했다.
대표님은 어제 컴플레인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손님이 불렀다.
대표님은 사실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손님이 불러서 간 거였다.
그러면 이건 대표님이 억지로 간 게 아니라, 손님이 불러서 대표님이 움직인 상황이 된다.
대표님은 그게 무조건 이기는 싸움이라고 했다.
자기가 여기서 일어서면 자기한테 유리하다.
여기 서는 순간 유리해진다.
대표님은 항상 그것만 생각한다고 했다.
대부분은 그렇게 안 한다고 했다.
불리한 자리에서 그대로 싸운다는 거였다.
대표님은 발렛 얘기도 계속했다.
발렛 직원들도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차를 하나 빼려면 다른 차를 또 빼야 하고, 차가 더 많이 튀어나오면 그만큼 일이 늘어난다.
그러면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 수 있었다.
대표님은 그런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런 쪽으로 안테나가 다 쏠린다는 거였다.
아까 커피를 준 것도 그 맥락이었다.
발렛 직원들이 평소보다 예민해져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커피 한 잔 먹였으니까, 조금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대표님은 계속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손님하고 얘기하고 있는데, 발렛이 와서 시비를 걸 수도 있었다.
차가 왜 이렇게 튀어나와 있냐고 할 수도 있고, 차가 너무 튀어나와서 누가 박을 수도 있었다.
대표님은 그런 걸 원천 차단하려고 했다.
사람들은 그런 걸 보고 피곤하게 산다고 했다.
그런 것까지 왜 신경 쓰냐고 했다.
대표님은 아니라고 했다.
그런 것까지 해야 된다고 했다.
그렇게 안 하면 진다고 했다.
대표님은 싸움 비유를 들었다.
산에 올라가서 싸우는데, 나는 너클을 끼고 싸우기로 했다.
심판한테도 미리 돈을 줬고, 상대는 그냥 맨손으로 올라와야 했다.
그런데 막상 올라가 보니 상대도 너클을 끼고 있었다.
그럼 그때부터는 뭔가 잘못된 거였다.
대표님은 대등하게 싸우면 힘들다고 했다.
대등하게 싸우지 않으려고 미리 움직이는 거였다.
미리 만나서 밥 사 먹이고, 매수하고, 판을 깔아두는 게 더 힘들어 보일 수 있다.
근데 대표님한테는 그게 더 편한 일이었다.